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컴퓨터 예술] 컴퓨터가 그림을 "본다" - Deep Dream Generator 사용기

구글은 지난 몇 년간 이미지를 "보고" 그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분류"해 낼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습니다. 말 그대로 컴퓨터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죠. 사람이 개를 보면 개로 인식하고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가 사물을 "보는 것 만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분류하도록 한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일이 기계에게는 지난 몇 십년 동안 풀지 못한 숙제였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개나 고양이 모두 눈 두개, 다리 네개, 털이 나 있으니 컴퓨터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보일 만도 합니다. 오히려 개와 고양이가 다른 종류의 동물이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분류해 내는 사람이 이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컴퓨터에게 "개는 눈이 두 개고 다리가 네 개이며 치와와 처럼 작고 예쁜 종도 있지만 세퍼트 처럼 무섭개 생긴 종도 있다"라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보는 것 만으로 이것이 "개" 이구나 이것이 "고양이" 이구나 라고 분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컴퓨터의 지능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Deep Dream Generator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개, 고양이, 산, 자전거와 같은 사물을 보고 그 사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학습하여 스스로 각 사물을 분류할 수 있게 된 컴퓨터에게 처음보는 그림을 보여주고 그 그림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물의 패턴을 찾아 내어 원래의 이미지를 자신이 알고 있는 사물의 패턴에 따라 변형시키도록 한 것입니다. 딥드림 제네레이터의 원리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자, 그럼 딥드림제네레이터가 그림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한번 시도해 볼까요? 홈페이지에 가면 누구나 무료로 해 볼 수 있으니 한 번씩 해 보시기 바랍니다.


Deep Dream Generator 홈페이지에서 그림 변형해 보기

변경 전 이미지


변경 후 이미지(화면의 밑 부분과 화면 여기저기 에 이상한 모습의 괴 생명체들이 보입니다.)




변경 전 이미지



변경 후 이미지(화면의 밑 부분과 화면 여기저기 에 이상한 모습의 괴 생명체들이 보입니다.)




어떻게 보이시나요? 확실히 아직 예술적 가치를 따지기는 일러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한 필터적용 아닌가?

컴퓨터가 스스로 자기가 본 것을 인지하고 임의로 보여진 그림에서 이미 자기가 본 것과 비슷한 패턴을 스스로 찾아내어 그림을 변형시켰다는 점에서 단순한 필터 적용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포토샵이나 기타 프로그램에서 적용하는 필터는 사람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파라미터 값을 조정하여 필터를 적용하는 방식인데, 여기에는 컴퓨터가 스스로 콘텐츠를 "보는" 단계도,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에 따라 이미지를 "변환"화는 과정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텐데요. 추상화나 클래식에서 말하는 현대음악 같은 것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딱 봐서 이거다! 싶은 느낌은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도 있으니까요. 또 인간의 예술 세계에서도 작가의 의도가 감상자의 감상 방식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변형되기 전의 그림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변형된 그림만 보았다고 가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뭔지 모르지만 어딘가 끌리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반드시 사람이 그려야 예술이 되나?

위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사실 예술이 되느냐 예술이 되지 않느냐는 누가 그렸냐의 문제라기 보다는(작가의 관점)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그렸으니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예술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맞는 얘기가 되겠죠. 주체가 누구이냐의 문제 보다는 감상자가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혹시 위에 변형된 그림을 "제3세계 출신의 20대 초반 여성 신예 미디어 아티스트"가 했다고 가정하고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론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동물을 알아보도록 학습한 인공지능이 세상을 볼 때 자기가 아는 방식(동물 패턴)으로 보아 냈다는 것이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앞으로 여러 사물에 대한 학습을 계속해 나간다면 사람보다도 더 많은 사물을 인식하고 분류해 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텐데요. 그렇게 되면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인공지능이 사람은 미쳐 보지 못한 세상의 패턴으로 사물을 읽어내는 날이 올 것 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이미지를 보면서 어딘가 "예술적"이라고 생각하게 될런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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